* 글 마 당 *
친정 아버지 생신이셔서 지난 금요일에 2박 3일 일정으로 그냥 열차로 고향엘 다녀왔다. 팔남매 중 맞벌이 공무원으로 바쁜 막내 여동생을 빼고는 다 모였으니 시골 집이 제법 북적였다. 자식들이 직접 장을 봐서 정성껏 마련한 주일 아침 생신상에 흐뭇해하신 부모님 모습을 뵙고 보니 그여 내려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우는 또 바빠서 못 왔구나. 일이 그렇그롬 많언디 어쩌 꺼이냐, 아그덜도 회사 잘 댕기고 우리 토까니 같은 새끼덜도 다 잘 크지야?" 어머니는 생신상에 모여 앉은 자식들을 일일이 둘러보시며 그렇게 소상히 챙기셨다.
주인공이신 아버지도 한 말씀 건네셨다. "먼 디서덜 오니라고 고상 많았다. 음석 장만해 채리니라고 다덜 욕봤구나. 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사람은 건강이 젤이다. 느그덜 객지에서 사철 몸 조심허고 온 식구가 서로 화목허고 무탈허게덜 잘 살아야 헌다!"
그러고 나서 '해피 버스데이' 케익이랑 촛불 재롱을 한 차례 떨면서 "아부지, 제 술 한 잔 받으이씨요! 엄니도 이거 좋은 술인디 입모금이라도 쬐끔 허이씨요...." 뭐 그렇게 왁자지껄 하는 속에 생신상은 마냥 흐뭇하고 즐거운 잔치로 무르익어만 갔다.
흥이 좀 시들해질 무렵 여동생이 순천역까지 태워다 줘서 예매한 서울행 열차에 오르고 나니 그제서야 그간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엄습해 왔다. 선잠에서 깨어 영등포 역으로 마중을 나온 남편에게 짐 보퉁이들을 넘기고 나니 몸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던 내게 남편이 눈을 부라리며 한마디 했다. "그래, 용돈 좀 넉넉하게 드리랬더니 고작 십만 원 드리고, 그 비싼 참기름을 대두 한 병씩이나 싸들고 왔단 말야? 순 도둑이로구만!" 싫지 않던 내가 가슴으로 대꾸했다. "아부지가 감나무 밭에 놔 기르시던, 속 계란이 다섯 개나 든 씨암탉도 잡아서 냉동시켜 싸 주시던 걸 뭐..."
-2007. 9. 3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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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정감 넘치는 고향 집 풍경은 다 같군여... 씨암탉, 참 욕심나네요. 팔남매, 대가족이시네요. 그 중 맏이신데, 책임이 막중하셨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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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자식 잘 사는 것 보면 행복하시고, 자식은 부모님 좋아하시는 모습 뵈면 좋고... 바글바글 북적북적 거실 가득 넘치던 흥도 자식들 모두 각자 삶터로 휑하니 떠나고 나면 고향 집은 다시 적막강산이 되고 말지요. 맞다. 얼른 전화라도 드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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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제 생일이게 하소서. 늘, 늘 다시 태어나 허물 짓지 아니 하고 날로 더 새롭게 살도록 붙잡아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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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참기름이 대두 한 병이면 깨가 얼마큼이야...
십만 원이면 넘 하셨네요 뭐. 십이만 원쯤이면 몰라도 말이죠.
근데 신혼도 아니신데 깨가 쏟아지시네요. 영등포역까장 마중씩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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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손님 사위 주시려고 아껴 두신 씨암탉, 결국 사위에게로 갔군요. 생일 잔치 감칠 맛이 제대로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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