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마 당 *
설 차례 음식을 열심히 준비하던 그뭄날이었다. 가까운 동네 시장을 좀 더 봐야겠기에 짐꾼으로 남편을 대동하고 추운 시장길을 나서렸더니 설을 쇠러 와 있던 작은아들 두 남매 녀석들이 기어코 따라 붙었다.
못 이겨서 함께 데리고 나서자 아뿔사 막내 해인이 놈이 업고 가자며 현관 앞에서부터 버텼다.
절로 손녀의 말이 될 내 짐꾼이 앉아서 삼지선다 옵션을 대며 익살스레 물었다. "우리 클라라(세례명임) 공주님, 요한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마주보며 가실까요 등에 업혀 자면서 가실까요, 아니면 번쩍 들려서 목말을 타고 가실래나요?"
"음, 할아버지 좋으실 대루요!" "알았습니다. 공주마마, 오늘은 까치 설날이니까 특별히 세 가지를 다 해드리지요. 할아버지는 아주 튼튼한 말이랍니다." 남편이 근석을 안다가 업다가 태우다가를 다하며 시장 입구에 당도할 즈음에서야 공주마마가 하마를 하시겠댔다.
우리 둘 손을 잡고 좁은 시장 골목을 깡총거리더니 좀 앉아 보래서 엉거주춤 쭈그린 둘에게 클라라가 큰 눈을 깜빡이며 나직이 소곤댔다. "나 있잖아, 이제 막 할아버지가 좋아지려고 해!" (이게 뭔 소리? 아유, 요 앙큼한 게 힘드신 할아버지에게 일찌감치 귀갓길 '말써비스'까지 예약해 두다니.... 그럼 장 짐은 그여 내가 다 들어야 되잖아!)
다음날 떡국 한 그릇을 먹은 해인이는 다섯 살이 되었다. (금년부턴 지 오라비 해밀이 라파엘이나 사촌 계헌이처럼 의젓당당히 걸을래나...?)
(2011. 2. 11)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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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바보 요한 할아버지, 참 행복하시겠습니다. 참 이 때는 박재상이, 아니 '싸이'가 지구촌을 강타한 10억 번 조횟수 기네스 기록의 '말 춤'이 나오기 전이로군요. 한 해만 더 있었어도 요한 할아버지 말이 북적이는 세밑 시장통에서 말 춤도 한 바탕 출 법했는데 말입니다. 미소가 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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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라, 우리 인사 좀 하고 지내자 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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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 여럿 갖고 싶게 만드는 군요. 글라라,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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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넘치십니다.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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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듬뿍 받고 큰 아이가 사랑 가득 든 사람 된다는데, 글라라도 그러겠네?
얘 글라라, 거울 보며 니 그림 한 장 그려 다오. 그러니까 자기를 그린 자작 초상화 말야...
그렇지, 이번 설에 예쁜 설빔 차려 입고, 머리띠 두르고 리본 달고 분홍신 신고 분홍 가망 매고, 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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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뷰 천사 글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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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설 쌀밥'에 짐꾼 할아버지 주재료와 손자 손녀 양념을 시장 길 한 대접에 넣으시고 손맛 자랑 할머니가 쓰윽쓱 잘도 비비시네요. 사랑 듬뿍 든 가족 비빔(?)글 맛이 참말로 고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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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까치설날'은 몇 밤이 나마쓸까나? 하나 두울 ...딱 아홉 밤 남았군요. 우리 팔도 강아지들, 마니마니 기다리겠죠? 새해엔 주님 축복 더 많은 '좋은나라'가 돼야 할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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