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 좋은나라

* 글 마 당 *

안나

( 2013-09-23 19:40:03 , Hit : 1020 )

요한 15부/ 남편의 콩깍지

그저께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 서방님 생일이라서 일전에 보고서도 온 가족이 또 한번 뭉쳤다. 여섯 살이나 아래인 데다 내 남동생 둘보다 더 어려서 그냥 친동생처럼 허물없이 지낸다. "형수, 그냥 맨손으로 오시면 안 되는 거 아시지요?" 하기에 짐짓 "잘 몰르것는디!" 해 놓고는 조카들을 유난히 이뻐하는 지라 우리 아들 녀석들이 빠질 세라 다지고 챙겨서들 함께 자리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기 여동생이며 조카며느리며 종손들이 건네는 선물에 든 편지들을 큰소리로 읽어 갔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거나 새댁 때부터 일편단심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하다느니, 사랑하고 존경한다느니, 같이 재밌게 놀아주셔서 좋다는 둥 소소한 정이 듬뿍 밴 글에 뭉클해졌다.

그러자 막내 해인이가 개발새발 써 온 지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작은할아버지! 설날이랑 만날 때마다 용돈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공무원인지 알 게 뭬야) 용돈을 더 많이많이 주세요! 그리고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작은할아버지는 키가 작아서 작은할아버지신가요?" 이 대목에서 좌중이 그냥 쓰러져 버렸다.

파안대소하던 서방님이 "자알 나가다가 이 좋은 날에 이렇게나 큰 펀치를 손녀딸한테서 얻어맞다니... 해인아! 작은할아버지가 졌다. 졌어!" 하고 페닉 상태가 되자, 남편 요한이 얼른 자기 동생 구원투수가 돼 줬다. "우리 동생은 그래도 헐리우드 스타 '리차드 기어'를 닮았다고!" 남편의 콩깍지에 거실이 멘붕이 되고 말았다. 그는 서방님 가족 넷이서 활짝 웃으며 찍은 거실 벽 커다란 걸게 사진과 실물을 번갈아 가리키며 거품을 물었다.

인터넷으로 '리차드 기어'를 조회했더니 두 해 전에 모델 출신 미녀 배우 부인이랑 잘생긴 아들과 함께 담소하는 잠실야구장 스냅 속에서 그만 가진 유니크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180인 그와 166 정도인 우리 서방님이랑 키 차이만 빼면 너무도 닮았네 뭐!

'아니, 부부 간이라고 콩깍지마저 전염된 걸까?'

안젤라 (2013-09-25 16:28:21)

혹시나 싶어서 저도 조회해 보니 두 포털 자료에 기어의 키가 180과 178로 다르게 나오네여. 잠실구장 스냅은 다음 창에 있구여. 매력 만점의 사나입니다. 아니, 서방님이 이렇게나 멋지시다구여? 자매님, 콩깍지 전염 맞으시네여. 법정 스님 말씀마따나 원본 대조하도록 한번 올려 보시든가~ 건 그렇고, 추석은 잘 지내셨는지여?

이 엘리사벳 (2013-09-25 16:57:56)

남편이 한 얘기가 그럴듯했다면 거실에 멘붕이 일어났을 리가요...
하지만 없는 말은 아닌 듯도. 저쨌거나 잘 몰르것는디!
165면 어때 뭐. 멋지면 다 용서가 되는 거지.
보속으로 주모경이랑 사진 한 컷!

박 세실리아 (2013-09-25 18:57:48)

우리 님들, 한가위 잘들 쇠셨어요? 보름달처럼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이젠 글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정 데레사 (2013-09-26 11:53:39)

해인 공주야! 그럼 작은아버지랑 작은오빠랑 작은집은 다 키가 작고 집 크기가 작아서란 말이렸다? ㅋㅋ 잼있따야! 나는 키가 아담해도 우리 조카들에겐 큰엄마란다. 사랑한다!

신민식 (2013-09-26 12:40:47)

화목하고 단란한 일상을 글꽃으로 피우셨습니다.
스미는 사랑 향에 미소 고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유인자 (2013-09-26 14:50:30)

감초 손녀가 또 터뜨렸군요.
얘 글라라! 넌 알면서 그렇게 쓴 거지?
장차 코메디 작가가 되려나.... 재치가 보인다야!

유인자 (2013-09-26 15:46:12)

그렇다고 멘탈 붕괴까지야.... 거 한 륙십 프로는 너머 닮았나 부지비, 그캐도 잘 생긴 거임, 거럼!

안나 (2013-09-26 16:21:33)

아~녀유, 채동욱도 아니라잖어유~ 잘못 짚었슈...자세히 보니 완전 판백이여유. 정정 댓글 달지 않으시면 이대로 절필(絶筆)허고 제소 들어갈 거구만요. 국과수에 대칭 조사 의뢰해 보자구요!

김윤정 (2013-09-26 18:33:25)

저분 절필 수리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또 머리띠 질끈, "쥔장! 절필을 수리하라, 수리하라, 수리하라!" 하고 대드는 건 아닐지... 하기사 '제 눈에 안경'이라고 나도 우리 집사람이 아직껏 내가 YJ를 닮았다고 하니요. "뚱이 코메디언 '영자 리'? No, 댈 데다 대야죠. 시크하고 눈도 크고 입도 큰 '윤지 리' 말이예욧!"

최낙준 (2013-09-26 18:50:45)

요즘 자매님들, 안 보인다고 막 나가시는 경향이 있어요. 심성이 중요하지, 미모 그것 아무것도 아닌데두요...외모가 이쁘면 눈이 즐겁지만 내면이 이쁘면 가슴이 즐겁잖아요? 앗싸~ 이렇게 득점 가능할 때 확실히 점수를 내 줘야 두고 나온 평화가 유지된답니다. 그렇지 여보! 안 그래요 TH양?

미리암 (2013-09-27 12:20:34)

천재 작가 최인호 선생이 돌아가셨답니다. 추석날인 지난 20일 침샘암이 악화되어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하셔서 25일 저녁에 우리 나이로 예순아홉인데 가셨다는군요. 마흔셋에 베드로로 세례받으셨는데, 28일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님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있답니다. 생전에 한 마지막 말이 "주님이 오셨다!"였다고 할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다고 합니다. 베드로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주님, 온 맘으로 당신을 믿은 베드로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우리 모두에게 주옥같은 글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신 베드로 형제님, 사랑합니다!

김 아브라함 (2013-09-27 13:13:22)

'벽 구멍'으로 고2 열여덟 살 최연소 등단에, 최연소 신문 연재에, '샘터'지에 '가족'이란 테마로 35년간 최장기 연재 등 많은 기록을 가진 영원한 청년작가, 그가 있어서 오래도록 행복했습니다. 그에게 평화의 안식을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조요한 (2013-09-28 10:46:47)

사랑이신 주님, 그를 당신 종으로 삼아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그가 살아서는 주신 뛰어난 글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죽어서는 선히만 사시다 가신 데레사 수녀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많은 이들, 특히 문우며 후학들이나 독자들을 당신 종으로 불러 올 것입니다.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