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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마 당 *


 안나 ( 2013-01-14 15:39:49 , Hit : 2103 ) 
 요한 7부/ 나는 '정자'다

신혼 초에 이름이 '정자'인 나를 '정아'라고 부르겠다고 한 뒤로 자리, 때 가리지 않고 남편이 쭉 그렇게 부르더니, 언젠가 "이제 '정아' 대신 '안나'라고 정아 세례명을 부를께, 됐지?" 하더니 내 호칭은 그때부터 '안나'가 됐는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나는 그를 세례명대로 '요한'이라고 부르질 않는다. 잘 못한다.

아니, 그가 좋아할 것 같아서 한번 그렇게 해 보려고 해도 입에 잘 붙질 않아서 아직껏 나는 그냥 '여보'다.

낼 모레 설이면 나보다 한 살 위여서 예순넷이 되는 남편이랑 사십일 년을 함께 살고서도 그러하니 내 성격이 너무 소심하거나 유달리 보수적이랄 밖에... 하지만 그도 출근 전 욕실에서 급하면 큰 소리로 "정아, 지금 몇 신데?" 할 때도 있으니 난 아직 '정아'이기도 '안나'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나를 잘 아는 허물없는 손아래 교우 임영희 에스텔 자매는 앞서가는 날 보면 얼른 내게 달려와 팔을 걸고는 "정~자씌!" 하고 능청을 떨며 놀려대기도 하니 나는 '정자'다.

조금 전 친정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당신이 지어 주신 대로 날 "정~자냐?" 하시는데 언제 들어도 늘 정겨우시다. 그 맏딸 '정자'가 '정아'가 됐다가 '안나'로 바뀌었어도 시방도 날 '단발머리 정자'로 부르시는 부모가 계시니 좋다.

통장에 설 용돈이 찍히면 엄마가 "정~자야, 멀 또 보냈냐?." 하실 텐데 싫지 않을 비됴다. 내가 칠십이 훨 넘도록 우리 아부지랑 엄마가 또렷 또렷이 '정~자'를 부르실 수 있길 기도한다.  


(2011)

-칠십이 훨 넘다보니 이젠 두 분이 다 가셔서 한가윈데도 찾아뵐 수가 없으니 섧다. (2022)

(계속)



안젤라 (2013-01-15 14:13:43)  
그러니끼니 안나 자매님이 갓방이에서 정자로, 정자에서 정아로, 정아에서 안나로 이름이 넷씩이나 되신다고라? 이름 복 참 많으신가 봐요. 어려서는 친정에서 두 개를, 결혼해서는 형제님이 또 두 개를 지어 주셨다니... 난 첨에 제목만 보고 무슨 거시기 르뽄 줄 아라따구여!!
은경 (2013-01-15 16:10:41)  
형제님이 최인호 작가 원작 소설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 신성일이 '경아,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어쩌고 저쩌고...' 하던 그 '아'자 돌림 이름 유행 세대시네요! 경아, 정아, 영아, 송아, 설아, 윤아... '아'자 돌림 이름은 다 예뻤지요. "정아, 사랑해!" 뭐 이러셨나요?
요세비 (2013-01-15 17:43:25)  
현아, 진아, 초아, 민아, 연아, 주아... 많았지요. 최인호 작가가 암 투병 중이시라던데, 우리 님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이 시대의 천재 최인호는 침샘암을 이겨 내고자 강한 투병 의지를 2009년 월간 '샘터' 마지막 연재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일. 어. 나. 고. 싶. 다.>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최낙준 (2013-01-16 09:53:14)  
최인호가 '그리고 참말로 일. 어. 나. 고. 싶. 다.'고 손톱이 닳고 찢기듯
절규하는 걸 보면 난치 병고를 겪는 환우들 고통이 참말로 크겠지요.
주변 모든 교우와 지인들이 하루속히 치유되도록 기도 드립니다.

제목은 낚시성이 있어 보이는데 웃음 돋게 하는 글은 진솔하네요.
고맙습니다.
최낙준 (2013-01-16 10:25:17)  
나는 '정자'가 젤 정겹고 좋습니다. '정아'는 남의 옷 같고, '안나'는 입에서 잘 안 나올 것 같고, '갓방이'는 허물없어 좋지만 연배가... 하지만 이건 요한 형제님 고유 권역이라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어서리!
박 세실리아 (2013-01-16 15:40:02)  
정~자씨, 안뉴엉!!
김시몬 (2013-01-16 18:08:39)  
그렇네요. 갓방에서 났다고 '갓방이'라고 했단 걸 봤어요. 재밌네요.

그리고 저도 최 작가를 위해 기도 드리겠습니다. 그분 광개토대왕비문(?)을 일본 누군가가 날조했다며 울분을 토로한 적이 있는 민족 혼을 지닌 분이신데 참 안 됐습니다.
정 데레사 (2013-01-19 09:58:16)  
전 '안나'가 좋은데요. 부드럽고 사랑스럽잖아요?
그리고 저도 제 남편이 '데레사!' 하고 절 불러도 좋을 것 같구요.
여보 당신보다, 정자 정아보다 더 젊고 곱고 좋습니다.

말 나온 김에... 신심 깊으신 우리 '좋은나라' 님들,
저희가 소망하는 성 가정 이루도록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
그럼, 그 기도들이 무지개가 되어 저희 가정으로 걸릴 거에요. 고맙습니다.
박 세실리아 (2013-01-21 12:22:51)  
위 '샘터'의 필진에는 우리 삶을 맛있게 풍미하던 최인호 작가는 물론 다랑(茶廊) 탁자에서 찻잔 마주한 듯한, '무소유'를 쓰신 법정(法頂) 스님도 계셨지요. 지금도 발행 중인지는 몰라도요...
이 바오로 (2013-01-21 14:50:56)  
미소 머금고 한 꼬리 답니다. '정~자야, 멀 또 보냈냐?'... 올해도 하셨는지요? 모녀 간 정이 한 줄에 담겼네요.
키메라 (2013-01-21 17:58:50)  
'여보, 당신' 같은 고전적 부부 호칭은 새 밀레니엄 시작과 더불어 우리네 가족 무대에서 다 사라졌고, 지금은 '자기, 오빠' 시대이다. 아마 북녘 동포들이 우리 가족 드라마를 본다면 많이 헷갈릴 판이다. 굳이 북쪽이 아니더라도 외국인들은 우리 '한류물'을 과연 잘 번역이나 해 낼지 모르겠다. 아니, 그건 기운갑다. 시방 60억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오빤 갱남 스타일'을 잘도 따라 부르고 있지 않느냐 말이다.
김윤정 (2013-01-22 13:32:20)  
키메라 말 맞숩메다. 미쿡에서는 부부 간 호칭이 '슈가' '하니' '달링' '베이비' '스윗' 뭐 이롷게 다양한데, 가짓꺼 '오빠'란둘 워떳숩메가? 중요한 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느냐'입메다. 감사합메다.
신민식 (2013-01-22 17:33:22)  
우리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도 위 샘터의 필진이셨던 것 같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이 엘리사벳 (2013-01-24 17:26:30)  
끝판 대왕 순이 동생 이순(二順)이 왈, 저흰 아들 하나 낳고 딸만 줄창 셋이 나오자, 네째인 제 여동생 이름을 막순이라고 지었는데요, 그래도 하나가 더 나오자 할머니가 끝순이라고 짓자 그제서야 딸이 마감되고 고대하던 아들이 나와 2남5녀가 됐답니다. 그러니 우리 님들도 끝순이, 끝돌이를 꼭 한번 써 보시길...ㅋㅋㅋ...ㅎㅎㅎ
로즈마리 (2013-01-25 18:04:54)  
ㅎㅎㅎ 엘리사벳 자매님 삼성라이온즈 특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 선수 열성 팬이삼? 오승환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이름난 '끝판대장' 아니신감요? 어쨌거나 열라 웃기심. 그러니까 그 댁 자매님 이름들은 아주 외우기가 쉽군여. '순이, 이순이, 삼순이, 막순이에 끝순이'시라... 그라문 제일 맏이인 오빠는 일남이, 막내 아들인 차남은 이남이가 맞것구만요...ㅋㅋㅋ
유인자 (2013-01-25 18:28:07)  
로즈마리 자매님, 시방 머 하시는 거임? 이름 가지고 너무 그러시면아니, 아니 되옵니다! 이름은 자기 의지완 상관 없이 어른들이 지어 주신 건데, 자꾸 그러시면 무안해지지 않겠는지요? 실은 저도 학교 미팅 자기 소개 때 '유인나 입니다!' 하며 끝자를 살짝 비튼 적이 있거덩요...에그, 이러다 신상 뽀록 다 털릴지도...ㅋㄷㅋㄷ.
김선임 (2013-01-26 11:29:31)  
'인자'가 어때서요? '임자가 있는 몸'이라는 뜻의 '유임자'보단 낫잖아요? 그래, 그때 잘 되셔서 애프터도 받으셨는지요? 저는 외모 덕에 일찍부터 짝이 있어서, 다른 말로 '유임자'여서 가끔씩 대타 땜방을 좀 해 준 기억밖에는... 쬐끔 ㅁㅇㅎㅇ.
김 아브라함 (2013-02-15 13:13:56)  
이름은 매우 중요한가 봅니다. 인류의 조상 아담 할아버지의 이십세 손인 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고 야훼 하느님께서 직접 '아브람'을 신앙의 조상이 되도록 '아브라함'으로 개명해 주시고, 제 손자 '야곱'도 오늘날 당신 백성 나라의 국호가 된 '이스라엘'로 새로 고쳐 주셨답니다. 부모님이 지어 주신 '정자'를 주님께서 '안나'로 지어 주시며 '정자'랑 더불어 쓰도록 하셨으니 귀한 이름입니다. 아멘.
안나 (2013-02-22 10:06:12)  
바오로 님, '멀 또 보냈냐?'는 말씀...네, 올해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가 요즘 치매가 있으셔서 '정~자야, 멀 또 보냈냐?'는 전환 아직 없으시네요. 점점 심해지실 텐데... 반 시간 전에 동생을 배웅하시고도 "정숙이는 몇 시에 간다더냐?" 하고 물으시는 정돕니다. 주님 안에서 늘 보람찬 나날 맞으시길 빕니다.
김 아브라함 (2013-03-07 16:54:23)  
위 '13. 2. 15일자 본인 댓글에서 저는 제 어줍짢은 기억으로 아브라함을 아담의 20세 손으로 잘못 표현하였는데, 참고로 루카복음 3장 23절 말씀을 보면 우리 인류의 조상 아담부터 나오는데 아담이 1세이고, 큰 홍수에서 살아 남은 노아가 10세이며, 아브라함은 21세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그러니 아담이 아브라함의 20대 조상인 셈입니다. 그리고 다윗이 35세이며, 예수님의 양부 요셉이 76세, 예수님이 77세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태오복음 1장 1절 말씀을 보면 우리 신앙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아브라함부터 나오는데 아브라함을 루카복음에서처럼 21세로 한다면 다윗이 34세이고 요셉이 60세이며 예수님은 61세로 되어 있어서 두 복음이 서로 같지 않기에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어느 서간에선가 예수님의 '족보'에 대해 거론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표현한 대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저같은 문외한이 함부로 언급할 사항이 아니고, 교황청의 공식적인 성경 해석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되기에 이만 접습니다. 첨언하자면 위 '세'는 성경에는 없으나 편의상 제가 붙여 본 것이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심영섭 (2013-10-31 10:24:28)  
아브라함 형제님, 그야말로 학자급 열정이시네요. 그런데 어느 신자분이 한 복음은 어느 분 대에서부터 성모님 계보(요셉 성인 족보가 아닌)로 댓수를 드러냈기에 두 복음서 간 차이가 난 거라고 하셨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참고가 되셨으면...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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