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ara.net(하느님의 나라, 좋은나라)

신앙의글 |  예수그리스도 |  글마당 |  기도천사 |  자유게시판  |  방명록 |  old글마당 

*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인물 *


 조요한 ( 2011-07-15 14:55:07 , Hit : 1611
 사랑의텃밭.JPG (93.9 KB), Download : 140
 늦둥이


지난 주말 오후 텃밭을 갔다가 차를 대고 내리던 안나가 뜬금없이 밭 언저리 어디에선가 '메~'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하였다. "무슨 소리..., 나는 못 들었는데?" 하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아주 기어들어가듯 가녀리게 '메~옹' 하는 소리가 나서 자세히 보니, 길섶에 돋은 땡볕 풀 새에 몸을 숨긴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가 내는 소리가 아닌가.

위는 온통 검은데 코부터 배랑 다리까지 아래 전체가 하얀 색 털옷을 입은 녀석에게 다가가자 얼른 몸을 숨기더니 이내 다시 나와서는 또 '메~옹' 하였다. 안나가 "비실비실 어미 잃은 게 가엽기도 하지... 배가 고픈가 본데 차에 있는 비스켓이라도 좀 까 줘 봐!" 하길래 까 들고 앉아서 디밀어 봤다. 피하지는 않았으나 입만 대 볼 뿐 먹지는 않고 우릴 쳐다보며 또 메옹거리기만 하였다. 그걸 달리 어쩔 수가 없어서 그냥 두고 밭으로 들어갔다.

예쁘게 비닐 코-팅을 하여 가져간 '사랑의 텃밭' 팻말도 꽂고, 지주도 박고 세워서 고추랑 토마토, 가지 등 장맛비에 부쩍 커버린 놈들을 엮어서 묶어주고, 잘 자란 상추며 고추, 토마토, 가지 등속을 따고 나서, 야채를 한 번 거둬서 빈 자리에는 열무랑 돌산 갓과 상추 씨를 재벌로 뿌리는 등 한참이 지나고 난 뒤에 다시 차에 오르려고 하자 아까 근석이 살그머니 다가오더니 머뭇이는 게 아닌가. 만져도 가만 있길래 그걸 한번 들어 봤다. 얼마나 굶었던지 살은 하나도 없고 뼈와 가죽만 남아서 상추 한 웅큼 무게밖에 안 되었다. 핑그르 돌도록 측은하여 일단 안고 들어왔다.

먹이고 씻긴 뒤 데리고 가서 엑스레이며 혈액이랑 변검사도 해 봤더니 말라서 그렇지 한 달 쯤 된 녀석으로 건강해서 금방 살도 오를 것이라고 하였다. 다행이었다. 지가 우릴 부르던 소리대로 우린 녀석을 메옹이라 지었다. 메옹인 우릴 지 어미처럼 잘도 따른다. 집에만 들어가면 어느새 폴짝폴짝 뛰어 나와서 비비고 핥고 깨물고 기어올라 갖은 곰살을 다 피다가 틈만 나면 턱을 걸치고 아기처럼 살포시 잠든다. 그 업둥이가 우리네 늦둥이가 됐다. 아침엔 부부 옆에 나란히 앉아서 봉독하는 성경을 말끄러미 올려다보기도 한다.

아마 그분께는 죄짓고 헤매는 것들 측은하여 다시 불러 모아 챙겨주신 우리네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는지.
                                                



안젤라 (2011-07-17 09:11:31)  
하이 메옹이! 안젤라 언니란다. 까만 등에 콧잔등부터 아래 전체가 하얗다면 멋지고 넘 귀엽겠다 얘.
이 바오로 (2011-07-17 09:20:06)  
제목만 보고 늦둥이 두신 줄 알았습니다. 진짜 늦둥이보다 더 귀여우시겠네요. 잘 거두셨습니다.
김기웅 (2011-07-18 09:29:09)  
주님 크신 사랑 무엇에 비하리요. 잘 키우시길....
김선임 (2011-07-18 11:28:01)  
업둥이가 늦둥이로군요. 이제 제법 바빠지시겠네요. 진짜 늦둥이는요?
박 세실리아 (2011-07-26 10:53:07)  
사랑의 텃밭 팻말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텃밭에 꽂힌 팻말 한번 보고 싶네요~
심영섭 (2013-04-07 10:14:52)  
저도 '쿠쿠'랑 한 동네서 살고 싶습니다.
라파엘, 계헌이랑 글라라야, 안녕!
주님 늘 함께하시길 빕니다!!
김시몬 (2013-04-14 17:59:55)  
사랑의 텃밭을 가족 간 야외 소통의 텃밭으로 잘 가꾸어 보심이 어떨지요?




11   다른 사람 위해 밥 한 끼 굶은 적 있는가/ 백경학(동아광장) [5]  조요한 2012/09/04 2297
  늦둥이 [7]  조요한 2011/07/15 1611
9   구사일생/ 최영규 필립보 님으로부터 받은 [4]  조요한 2019/03/24 1266
8   '왜 좋냐고?' '아ㅁ...' [14]  김윤정 2013/01/22 2123
7   Merry Chrismas & Happy new year !  알로이시오 2005/12/24 1323
6   Coffee Break/ 원 안이 크냐, 원 밖이 크냐? [6]  한 사람 2015/03/03 1807
5   2016년 기도 표시 달력 제출 소감 [6]  안나 2016/12/28 1628
4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 정승기 프란치스코 님이 올려 주신 [4]  조요한 2019/04/01 1616
3   (세상 지어 주신 주님)크신 사랑/ 성가 [7]  조요한 2012/03/14 2077
2    성경 [8]  안젤라 2011/09/16 1643
1    머리말 (2) Epilogue  로마노과르디니 2005/07/13 1765

[이전 10개] [1]..[31][32][33][34][35][36][37][38] 39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RO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