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ara.net(하느님의 나라, 좋은나라)

신앙의글 |  예수그리스도 |  글마당 |  기도천사 |  자유게시판  |  방명록 |  old글마당 

*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인물 *


 조요한 ( 2012-09-04 13:49:53 , Hit : 2296
 다른 사람 위해 밥 한 끼 굶은 적 있는가/ 백경학(동아광장)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14년 전 독일에서 만난 할머니가 생각난다. 아마 이맘때였을 것이다. 그해 겨울 뮌헨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하늘은 모든 것을 파묻기로 작정한 듯 하염없이 눈을 쏟아냈다. 사람도, 집도, 나무도 눈으로 덮였다.

연수차 2년 동안 독일에 머물고 있던 우리 가족은 폭설로 평소 다니던 뮌헨 시내 한인 성당 대신 마을에 있는 작은 독일 성당 문을 두드렸다.

성당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굽은 등과 언 발을 동동 구르며 바이에른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신부님의 강론을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신부님의 목소리가 밀물처럼 가까워졌다가 썰물처럼 멀어졌다.
이윽고 강론이 끝나고 장엄한 미사곡이 울려 퍼졌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꼬마들이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내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흰색 스카프를 쓴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빛 바랜 바구니를 소중히 안고 계셨다.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할머니, 무슨 바구니예요?” 여든을 훌쩍 넘겼을 할머니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스쳤다. 아직 고운 얼굴이었다. “기부하려고 가져온 것이라우!”

헌금 차례가 되자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바구니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독일 신부님이 성호를 그어 발이 꽁꽁 언 신자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으로 미사가 끝났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성당문을 나서고 계셨다.

나는 부리나케 할머니를 쫓아갔다. “할머니! 바쁜 일 있으세요?” “왜 그러우?” 할머니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이제 눈이 그친 것 같아요. 할머니하고 얘기를 하고 싶어서요.” “나하고 말이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사 중에 왜 바구니를 소중하게 안고 계셨는지 물었다.

“벌써 50년도 더 된 이야기라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우리 가족은 정말 비참하게 살았어요. 전쟁에 나간 남편이 전사했다는 통지서를 받고 네 살 아들, 두 살 딸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짐했다오.” 할머니의 눈에 살짝 이슬이 맺혔다.

“우리 가족은 며칠째 굶주리고 있었다오. 그런데 어느날 기적처럼 주먹만 한 감자 세 개가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거야. 모두 가난해서 누구를 도와 준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때였다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아니라 날마다 놓여 있었다오. 새벽녘 창문 틈으로 내다보니까 이웃집 할아버지가 다가와 감자 세 개를 현관에 놓고 사라지는 거야. 옆집 할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들 둘을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오.”

그때 할머니는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한다.

두 달 동안 옆집 할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다가 친척의 소개로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생명의 은인인 노부부와 헤어졌다.

전쟁 통이지만 다행히 조그만 가게에 취직해 그 어려웠던 시절을 견디며 두 아이를 공부시킬 수 있었다. 아들은 베를린에서 은행 지점장으로 있고 딸은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 그 바구니가 뭐예요?”

“아 참!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 한 20년 됐나 보오. 아마 이맘때일 거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송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어린이들이 전쟁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오. 그때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전쟁 통 기억이 떠오른 거야. ‘그래! 은혜를 갚을 때가 온 거야’ 하고 말이지.”

할머니는 전쟁 시절 노부부로부터 매일 감자를 얻어먹으면서 그 혹독했던 시절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이제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매일 아침 식사를 대신해 기도한 뒤 식사비를 저금했다. “보통 독일 사람들은 아침에 빵과 우유, 치즈를 먹으니 환산하면 3마르크(약 1800원), 그만큼씩 매일 저금하는 거지요.”

할머니는 그날부터 1년 동안 금식하며 모은 1000마르크(약 60만 원)를 연말이 되면 낡은 바구니에 넣어 성당에서 주관하는 제3세계 어린이구호기금에 내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께 언제까지 금식을 계속하실 것인지 물었다.

“그때 굶어 죽을 수도 있었던 우리 가족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은혜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당시 할아버지와 헤어지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이제 그 은혜를 갚아야지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할 거에요.”

말씀을 마친 할머니는 몸을 일으켜 “구텐 바이나크텐(성탄을 축하해요)”이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시 내리기 시작한 함박눈을 맞으며 성당 앞에 서 있었다.

우리 가족은 10개월 더 그 마을에 살았지만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겨울이 깊어가면 그리움도 깊어 가는 것일까. 오늘도 두 손을 모으고 계실 할머니를 생각한다. 나는 올 한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밥 한 끼 굶은 적이 있는지 반성해 본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 이 독일 할머니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어 옮겼습니다.



김선임 (2012-10-13 10:57:19)  
사랑은 베풂입니다. 나눔입니다. 내줌입니다. 바침입니다. 믿음입니다. 구원입니다.
안젤라 (2012-10-16 12:52:28)  
열심이신 우리 본당 할머니 할아버지도 저러하십니다. 주님 사랑 실천이 가장 큰 선교이겠지요.
안나 (2012-10-18 10:15:07)  
존경하는 우리 김영욱 요셉 본당 주임신부님이 국내 가톨릭에서는 처음으로 추진하시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1:1 지원사업, 'All My Kids'에 모쪼록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어렵고 힘든 오지 어린이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 님들, 기도와 성원을!!
신민식 (2012-10-18 17:04:26)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헌데 나는 어떻게 베풀었나... 뉘우치게 하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박 세실리아 (2012-10-20 10:52:29)  
감자 세 알씩의 사랑..., 눈물이 납니다.
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슨 사랑을 주고 있는지 돌아 봅니다.
Nothing! 우월감 속에서 무관심, 냉대와 질시를 주고 있었네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다른 사람 위해 밥 한 끼 굶은 적 있는가/ 백경학(동아광장) [5]  조요한 2012/09/04 2296
10   늦둥이 [7]  조요한 2011/07/15 1611
9   구사일생/ 최영규 필립보 님으로부터 받은 [4]  조요한 2019/03/24 1265
8   '왜 좋냐고?' '아ㅁ...' [14]  김윤정 2013/01/22 2123
7   Merry Chrismas & Happy new year !  알로이시오 2005/12/24 1323
6   Coffee Break/ 원 안이 크냐, 원 밖이 크냐? [6]  한 사람 2015/03/03 1806
5   2016년 기도 표시 달력 제출 소감 [6]  안나 2016/12/28 1628
4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 정승기 프란치스코 님이 올려 주신 [4]  조요한 2019/04/01 1615
3   (세상 지어 주신 주님)크신 사랑/ 성가 [7]  조요한 2012/03/14 2076
2    성경 [8]  안젤라 2011/09/16 1642
1    머리말 (2) Epilogue  로마노과르디니 2005/07/13 1765

[이전 10개] [1]..[31][32][33][34][35][36][37][38] 39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RO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