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니 천사 하나가 금향로를 들고
제단 앞에 와 섰더라.
그가 많은 향을 받아들더니...
그 천사의 손으로부터
향연이 성도들의 기도와 더불어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더라'고 묵시록은 말합니다.
맑은 향알을 숯불에 얹어 향로를 저으면서
피어오르는 향의 연기에는
매우 청아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선률과 향기 그윽한 가락과도 같습니다.
목적을 따로 두지 않는 노래처럼 순수합니다.
귀중함의 아름다운 낭비입니다.
선심으로 모든것을 내주는 사랑처럼,
주님께서 베타니아에 앉아 쉬실 적에
마리아가 값진 감송유를 가져다가
거룩하신 발에 붓고는
머리털로 닦아드려
향기가 온 집에 가득하던 것이나 같습니다.
속이 좁은 이들은
'이게 웬 낭비냐?'고 투덜거렸으나
천주성자는
'가만 두어라, 이것이 내가 안장될 날을 보고 한 일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죽음과 사랑과 향기와 봉헌의 신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향을 피우는 일도 그렇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따로 두지 않고
그저 자유로이 피어오르는 아름다움의 신비가 여기 있습니다.
타고 태우면서
죽음을 지나가는 사랑의 신비가 여기있습니다.
답답한 이들은 여전히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 것입니다.
이것은 향기의 제헌입니다.
바로 성서에
이것은 성도가 올리는 기도라고 하였슴니다.
향연은 기도의 표상입니다.
특히 아무런 목적도 두지 않는 기도,
성영 한편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영광송처럼
그저 아무런 소원도 없이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기도,
오직'그토록 훌륭하시기에'
하느님께 숭배와 감사를 올리는
그런 기도의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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