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이 눈보라 속을 오시라고 해서, 스도오 씨가 이젠 시간 문제인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잠자코만 있던 그분이
갑자기 시옹 선생님을 뵙고 싶다고 하질 않겠습니까?
스도오 씨가 그토록 유순하게 말을 걸어온 것은 처음이랍니다."
40대의 인상좋은 원모는 시옹 씨가 얼굴을 보게 되자 마음이 놓였던지,
단숨에 얘기를 끄집어 냈습니다.
"일주일 전에 스도오 씨는 상태가 매우 나빠져서
여기에 입원하게 된 것이지요,
다만 의식은 또렷해서 한사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가면 뿌리쳤고
의사에겐 등을 돌린채로 주사 하나 놓게 하질 않아
몸은 점점 더 쇠약해졌고요,
그래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가 아무리 다정하게 말을 걸어도
마치 노인의 집에 무슨 원한이라도 사무친 것처럼
모든 사람들 앞에서 저를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옹 선생님이 와 주셔서 이젠 정말 안심입니다."
눈보라 속을 걸어 왔기 때문에
빨개진 얼굴을 한 채 시옹 씨는 아무말 없이
원모(院母)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타키 씨, 정말 피곤하시죠?
큰 일을 치르셨네요,
의사나 간호사 사이에 끼어서
노인의 집일 만으로도 바쁠실텐데."
"시옹 선생님이 와주셔서 정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대로 스도오씨가 숨을 거두고
세상을 떠나기나 했다면 아무래도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스도우 씨는 막 큰 병실에서 독방(獨房)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젊은 간호사가 나와 의아한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봤습니다.
그래서 원모가 무척 당황해 하며 급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스도오 씨가 이 시옹 선생님을 꼭 불러달라고 해서요,
제가 오시게 한 겁니다."
"정말 스도오 씨가 그렇게 말했나요?
여기 온 이래로 스도오 씨는 한번도 입을 연 일이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어린이를 스도오 씨에게 면회하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일텐데."
그렇게 쌀쌀하게 딱 잘라 말하는투로 미뤄 스도오 씨가
얼마나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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