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마 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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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형제가 둘뿐인 우리는 늘 작은집 서방님 가족이 집에 다 도착하면 두 가족이 함께 모여서 차례를 올리거나 부모님 기제사를 모신다. 기제사는 물론 차례 때에도 가끔씩은 하나 있는 손아래 시누이 가족도 같이 참례를 한다.
어른 다섯 커플에 결혼 적령기에 이른 본과 4학년짜리 질녀와 우리 손자들 셋이면 열넷에다 시누이 가족 여섯을 더하면 제법 북적인다. 참 시누이 딸이 작년에 시집을 가 어저께 아들을 나아서 다 모이면 스물한 명이나 될 테니 생전에 자손이 많은 집안을 그토록 부러워하시던 시아버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자상한 남편 요한은 젯상 차림, 지정 성가, 봉독할 성경 구절과 각종 기도며 1분 묵상 등 예식 내용과 순서를 A4 용지 앞뒷면 두 장에 빼곡히 담아서 만든 '우리집 가톨릭제사 순서'를 프린트하여 온 가족에게 한 장씩 들려서 일년에 네 번씩 제를 드린다.
제사라는 게 무릇 엄숙해지기 십상인지라 위트며 유머가 풍부한 우리 서방님이 적절한 애드립으로 수위 조절을 해가며 경건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가 되도록 이끈다.
다들 함께 모여 지지고 볶고 부치고 무치고 굽고 끓이고 지어서 준비한 이번 설 차례도 그렇게 차분히 시작되었다. 하던 대로 아헌인 서방님이 요한복음 11장 '라자로의 죽음' 대목 성경을 봉독하자 초헌인 남편이 그 내용을 간추리며 훈화를 곁들여 강론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한 자리에 모여서 이렇게 주님을 모시고 정성껏 제를 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돌아가신 조상님을 추모하고 그 영혼의 안식을 한마음으로 빌기 위해서...."
바로 그 때였다. 조금 전까지 울긋불긋 한복 설빔을 곱게 차려 입고 다소곳이 잘도 앉아 있던 좌중 막내 네 살배기, 아니 막 다섯 살이 되는 해인이가 난데없이 숟가락 하나를 들고 강론 중인 할아버지 옆으로 나오더니 그걸 마이크처럼 할아버지 입에다 비스듬히 갖다 대며 인터뷰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닌가!
갑작스런 해인이의 돌발 행동을 보며 우리는 모두 키득키득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느라고 어쩔 줄을 몰랐는데, 여섯 살짜리, 아니 일곱 살이 되는 철부지 오라비들은 아예 배꼽을 잡으며 젯상 앞을 나뒹굴었다.
서방님이 어린 훼방꾼을 말려 보려고 "우리 착한 해인 공주, 마이크 안 대도 할아버지 말씀 잘 들리니까 이제 그만 뒤로 나와야지~" 하며 얼른 안고 나왔지만 해인이는 금새 또 뿌리치고 다가가 아까처럼 숟가락으로 인터뷰를 따는 것이었다. 해인이의 표정은 프로 인터뷰어의 그것처럼 사뭇 진지했다.
그러자 이번엔 지 아빠가 그걸 덜렁번쩍 들어냈는 데도 막무가내 해인이의 숟가락 인터뷰는 흔들림 없이 계속됐다. 중간 중간에 고개를 끄덕이는 추임새도 했다.
"....한 처음에 말씀으로 세상을 지으신 생명이신 우리 주님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냄새가 나도록 부패한 라자로의 시신을 말씀으로 죽음에서 살려 내시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강론으로 버티던 남편마저 웃음을 터뜨리자 거실엔 그여 웃음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우린 모두 차례를 중단한 채 한동안 실컷들 웃었다. 긴장하던 중이라 그 일탈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하느님도 웃으시고 조상님들도 맘껏 웃으셨을 잊지 못할 설 차례였다.
꽃장식 머리띠에 하얀 겹겹이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분홍색 핸드백을 들고 분홍신 사뿐 걸음으로 성당을 가서 성모님께 배꼽 인사를 드리는 '조해인 클라라(세례명) 공주'는 그후 '조해인 클라라 앵커 공주'가 되어따.
-2011. 2. 14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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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뿐 걸음으로 성당을 가서 성모님께 배꼽 인사를 드리는 글라라 공주야, 우리 모두에게 배꼽 잡는 웃음꽃 선물해 주니 고맙구나! 성당 마당에서 보면 꼬옥 안아 줄께. 싸랑한다 글라라! 안니어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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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미사도 아닌데 차례에서 강론씩이나요? 저흰 그냥 술 따르고 절하고 덕담 나누며 세뱃돈 수수절차 하면 되는댕! 물론 윷놀이도 하구요, 고냐 스톱이냐도 안 빠지긴 해요 뭐. 자매님 댁에선 글라라가 확실한 웃음 아이콘이네요.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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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라는 안나 자매님 분신입니다. 성가정 이루시도록 기도 드립니다.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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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라가 너무 귀엽네요. 예수님, 성모님께 기도 많이 드리거라!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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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차례엔 저희도 주님 모시고 성호 긋고 성가도 부르고 기도도 드리며 절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그게 잘 될진 모르겠지만요... 익숙해지도록 잘 연구하면 되겠지요. 우리 님들 세배 받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뱃돈은 온라인으로 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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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웃으시고 조상님들도 맘껏 웃으셨을' 설 차례에서 벌어진 멋진 해프닝이었네요.
그 앵커 공주는 아직도 엉뚱깜찍 그러시겠구요. 아이들이 있어 세상엔 웃을 일도 많지요.
우리의 미래, 왕자 공주 천사들, 언제 어디서나 밝게, 높게, 푸르게, 슬기롭게 Go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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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둥 웃음 폭탄 클라라!
얼마나 짱짱 이쁜지 모르겠네.
춤도 걸 그룹처럼 그렇게 잘 춘다며?
것도 창작 춤씩이나. 소문 자자, 스타 다 됐넹?
우리 집에 공연 좀 오거라! 요즘 웃을 일이 통 없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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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롓상 거실에 폭소 작렬 주인공 행복 바이러스 공주님이 모니터 마주한 리플러들까지 미소짓게 만드는군요... 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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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쭉 흘러 가는 일상 한 컷 찰칵 오려 내어 오밀조밀 엮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아롱 꿈 손녀딸 재롱을 성장 일기처럼 이어가시니 '요 담엔 또?' 하며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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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게 됩니다. 중독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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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설이 채 이 주도 안 남았군요. 울긋불긋 바시락 설빔 곱게 차려 입고 살붙이들 함께하던 싸락 눈 세뱃길이 그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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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앞을 나뒹구는 두살씩 더 많은 오라비들 표정이 어땠을까나? 지들은 뭐 얼마나 철이 들어따고! 재미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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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글라라! 그 떡국 먹고 두 번을 더 먹었을 테니, 이제 일곱 살이 됐겠구나. 요즘은 어떤 웃음을 주고 있니?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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