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 좋은나라

* 글 마 당 *

안나

( 2015-07-22 11:12:17 , Hit : 1069 )

요한 25부/ 홀인원

나는 도통 재미가 없던데 남편 요한은 가끔씩 골프 채널을 틀어 놓고 푸른 필드를 보며 망중한에 빠지기도 한다.

지지난주 월요일에 출근한 그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Bravo Raphael! Bravo Hole In One! Go go Haemil! Fighting!" 손자 해밀이에게 보낼 걸 잘못 보냈나 싶었는데, 이내 전화가 왔다. 같은 문자를 둘째네 가족 넷에게 보내면서 내게도 자축하자며 보냈다는 것이다.

골프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는 사 학년짜리 손자 해밀이가 다음날 있을 시합을 위해 라운딩을 하다가 운 좋게 홀인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걸 자기가 한 냥 들떠 있었다.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데 입문 두 해만에 벌써 해내다니...야, 우리 라파엘 대단하다! 안나도 해밀이한테 축하 전화 좀 해 줘!" 하며 끊었다.

한참 있다가 또다시 전활 해서는 "해인이가 있잖아? '무슨 뜾이에요?' 이렇게 문자로 묻더라고..." 하며 손녀가 '뜾'이라고 쓴 'ㅈ' 받침을 보고 더 많이 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지 않은 영어를 알 리 없는 이 학년짜린 걸 어쩌랴. 그리고 아직 어린데 'ㅅ'을 'ㅈ'으로 잘못 쓸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뭘...?

하긴 그 소릴 들은 내 입도 배시시 해졌다. 그 눈먼(?) 홀인원이 온 가족을 미소 짓게 한 기분 좋은 하루였다.